허랑설기웨딩

결혼의 시작, Propose... ❤ : Part 2. 프로포즈 대작전...

설기씨 2020. 5. 5. 00:58

Part2. 프로포즈 대작전

 

 

침묵의 차 안, 연남동에서 우리 집까지 15분이면 가는데 아무 이야기도 안 했던 것 같다.

허랑이는 적잖이 멘붕이 온 것 같았고 나는 나대로 심통 나고 화가 난 상태였다.

 

차에서 내린 나는 좀만 기다리고 있으라며 꾸미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ㅋㅋㅋ(진심 안 웃고 말함. 둘 다 안 웃음)

 

- 집 도착 시간 : 8시

 

엄마는 왜 그렇게 화가 났냐며 평소의 금요일보다 빠르게 귀가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다.

나는 지금 너무 짜증 나니까 나중에 말하겠다며 

파데를 연신 두드리며 대답했다. (분노의 퍼프질 ㅋㅋㅋㅋㅋ)

 

짜증 내면서 화장을 하는 건 첨이라 약간 웃기긴 했는데 그보다 짜증이 더 컸으므로 

온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면서도 표정은 풀리지가 않았다.

 

만족할 만큼 세팅을 하고 시계를 봤는데 시간이... 9시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정성 들임... ㅋㅋㅋㅋㅋㅋㅋ

 

풀세팅을 하고 나니 약간 기분이 나아졌는데, 1시간이나 지나서 내려가니 동시에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1시간 동안 허랑이가 좀 더 나은 판단을 해서 더 잘 준비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

 

풀세팅을 하고 차를 타니 조금은 민망했다.

나는 속으로 민망해서 좀 웃었지만 괜히 이제 어디 갈 거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우리가 처음 만난 날 2차로 갔던 연남동 와인바 #루나미엘레 를 가겠다고 했다.

 

- 다시 연남동 도착 : 9시 30분

 

차 안에서 내가 1시간 동안 무슨 생각했냐/난 이런 이유 때문에 화났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 감정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너무 속상했던 나머지 그는 울먹울먹 하더니 울었고 

난 짠하면서도 귀엽고 그래서 안아주었다.

안아주니까 더 크게 꺼이꺼이 어깨를 들썩이며 폭풍 오열함

ㅠ_ㅠ

 

나는 짠하기도 하고 프로포즈인데 꽃다발도 없는 것 같고(평소 그는 꽃 선물을 자주 해줬는데 이 날따라 꽃도 없었음)

해서 꽃사오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ㅋㅋㅋ (그 와중에 내가 튤립 좋아하니까 튤립으로 사 오고 너무 꽃에 돈 쓰면 돈 아까 우니까 3만 원 정도만 쓰라고 함------> 망함의 씨앗...)

 

그는 다시 전환된 분위기에 기뻐하며 ㅋㅋㅋ 늦은 시간이었지만 문을 아직 닫지 않은 연남동의 꽃집을 찾아 전화를 계속 돌렸고

마침내 닫기 직전의 꽃집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저 꽃다발 좀 부탁하려고 하는데 한 10분 정도 후에 갈 수 있거든요. 혹시 튤립 있나요?"

 

"네. 미리 준비할 수 있어요. 얼마 정도로 만들어 드릴까요?"

 

"한...(내눈치를 봄, 블루투스에 연결되어 통화내용을 같이 듣고 있었음, 내가 3만 원이라고 강조함. 뻐킹뻐킹 나냔...) 3만 원이요! " 

 

이렇게 통화를 마치고 그는 신이 난다 신이 나! 얼굴을 한 채 꽃집으로 달려갔다.

 

얼마 후 꽃다발을 들고 상기된 표정의 뛰어오는 그가 보였다.

 

평소보다 허전해 보이는 꽃다발과 함께....

 

0____0???

 

 

 

-

 

 

"꽃다발 여기요!"

 

한껏 기대에 찬 그의 표정에 나는 부응을 했어야 했는데...

꽃다발이 너무... 안 예뻤다. 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나는 풍성하고 크고 예쁜 

이런 꽃다발들을 받았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튤립 꽃다발은 이런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받은 건 이것이었다...

ㄷㄷ

 

 

내 표정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쓸데없이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쓸데없이 솔직하게 말함 ㅠㅠ

 

"근데... 꽃이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안예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랑이는 당황하며 사실 자기도 좀 약간 그런감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내가 3만 원으로 신신당부하기도 했고, 뭔가 그래! 내 말 듣자!라고 생각했다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너무 ㅋㅋㅋㅋㅋㅋㅋ 엄격한 사람이었다.

이 순간, 프로포즈에 로망이 없다고 말한 과거의 날 깐다.

나는 로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프로포즈에 대해 별로 생각을 안 해봤던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나는 내 로망을 채우려 허랑이를 디레팅 하는 중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기... 오늘은 날이 아닌 거 같은데, 담에 다시 해주면 안 될까요? "

 

"너무 섭섭해요. ㅠㅠ 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담에 다시 해달라는 나의 말에 KO 당한 그는 아까보다 더 구슬프게 울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대충 준비한 거 절대 아니라며 ㅠㅠ 

자기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고 오늘 내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얼마나 당황했고 ㅠㅠ 그래서 계획이 틀어졌고. 어쩌고 저쩌고...

 

듣다가 내가 좀 너무 했나 싶어서 다시 2차로 안아주면서 좀 달래주다가 

서로 웃겨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랑이는 울다가 웃다가 다시 회심의 미소로 

아직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다며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ㅋㅋ

나는 비장의 카드가 엄청 기대된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된 척을 해보았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그는 루이뷔통 쇼핑백을 꺼내는데....

 

 

 

맙소사.

 

난 명품 중, 루이뷔통은 별로 안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ㅜ.ㅜ 왜 하필 루이비통이죠?

(지금 심정 : 주면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루이비통 존예존예!!)

 

일단 나는 더 이상 티는 안 내고 우리가 처음 만나 2차로 간, 와인바 루나미엘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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